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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빨려 들어갑니다.
순식간에 빨려 들어갑니다.
멀쩡하던 도시 한복판에 보기만 해도 아찔한, 거대한 구멍이 생겼습니다.
자동차 한 대가 빠질 크기는 기본이고, 폭이 무려 30m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고 없이 찾아와 건물이든, 사람이든 구분 없이 다 삼켜버리는 땅 꺼짐 현상.
흔히 싱크홀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립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발 밑이 푹 꺼져 버릴 수 있다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 때문인데요.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땅속 깊숙이 스며든 빗물이 오랜 세월을 거쳐 모이면 세계 민물의 약 20%를 차지하는 지하수가 됩니다.
이 지하수가 빠져나간 빈 공간이 지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대로 주저앉아 땅 꺼짐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하수는 왜 빠져나가는 걸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지질학적인 원인'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개입'입니다.
[백용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연적으로 생기는 지반침하는 석회암이라는 지질 특성을 가지고 있는 암석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석회암의) 탄산칼슘이 물과 반응해서 녹게 됩니다. 그러면 공간이 생기고, 그 상부에 있는 땅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암반이 아니라 연약한 토사층으로 되어있는 지반에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연약한 지층이 있는 토사층이 갑작스러운 지하수의 유입으로 인해 쓸려내려가면서 침하되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면 터널이나 지방 굴착 공사를 할 때, 땅속에 있는 지하수를 한쪽으로 배출 시키면서 빠져나간 공간이 생기고, 상부 지반의 지지력이 약화되어서 지반이 꺼지는 그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자연형태의 싱크홀은 주로 석회암 지역에서 발견됩니다.
석회암의 주 성분인 탄산칼슘이 지하수에 의해 녹으면 땅속에 빈 공간이 생기는데요.
이렇게 구멍이 숭숭 뚫린 모양을 '카르스트 지형'이라 부릅니다.
전 세계 육지의 약 20%가 이 카르스트 지형이죠.
대표적인 게 미국 플로리다인데요.
집 한 채를 순식간에 삼킬 정도의 거대한 싱크홀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런 지반에서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지겠죠.
반대로 우리나라는 화강암, 편마암 등 단단한 지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데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백용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석회암이나 암염, 이런 지질학적인 특성에 의해 형성된 암석층에서 지하수와 연계되어 암석에 있는 성분들이 녹아서 발생하는 현상이 싱크홀이고요. 지반침하, 지반 함몰, 공동 이런 것들은 석회암이 아니라 일반 암석층이나 지반층에서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서울시 전체적으로 석회암이 분포하는 비율은 0.1%도 안됩니다. 그래서 서울시의 싱크홀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석회암과 지하수가 만나 발생하는 자연적 싱크홀이 아닌, 인간의 인위적 활동 때문에 도심에서 크고 작은 땅 꺼짐, 즉 지반 침하가 나타나고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의 약 55%는 낡은 상하수관 부식으로 인한 누수로 지반이 약해진 게 원인이었습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수도관이 발 아래 시한폭탄이 된 셈입니다.
[백용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수도)관을 통해 하수가 유출이 되면서 토사와 같이 다른 지역으로 쓸려내려가면 하수도 관이 어긋나게 되고, 관 위에 있는 토사층이 침하되면서 지반함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싱크홀로 대표되는 땅 꺼짐 현상을 무조건 '재앙'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의 '천갱', 중앙아메리카의 '그레이트 블루홀' 등 멋진 자연 경관을 만들기도 하고요.
멕시코의 '익킬 세노테'처럼 숨겨진 지형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블루홀'은 신비로움 그 자체이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우리가 발딛고 살고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와 다를 게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미리미리 점검하고 철저하게 대비 해야 합니다.
[백용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특별한 전조 현상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지반함몰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건 아니고요. 직접 시추를 해 샘플링을 뽑아서 하는 방법, 카메라를 집어넣어서 촬영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고, 아스팔트나 도로포장이 다 되어 있으면 직접적인 굴착이나 탐사를 못하기 때문에, 상부에서 전기나 전자파를 투과해서 지하에 어떻게 되어있는지 보는 기술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GPR 탐사라고, 지표 레이더 탐사를 하게 됩니다. 현재 탐사기술로는 한 5m까지는 어느 정도 정확하게 탐사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도심지에 굴착 공사를 할 때 주변에 지반침하가 발생한다든지, 갑작스러운 지하수 변동이 있으면 지하안전평가를 실시해서 사전에 지반함몰을 막는, 2018년도 1월부터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지반함몰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했습니다.